청설 줄거리
도시락 배달 알바를 하며 방황하던 26세 청년 용준은 어느 날 수영장 앞에서 묵묵히 수영선수 언니 여름을 돌보는 동생 가을과 마주칩니다. 수어(手語)로 대화하던 두 자매 중 여름이 청각장애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용준은 단숨에 첫눈에 반합니다.
수어를 배워 여름과 교감을 시도하는 용준은 점차 가까워지고 여름은 자신에게 다가온 용준의 진심을 받아들이면서도 어떤 이유로 그를 밀어냅니다. 그 배경에는 가을이 겪은 사고와 여름이 느끼는 죄책감 및 책임감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가을의 응원이 있는 가운데 용준은 좌절하지 않고 진심을 전하지만 여름의 마음은 쉽게 열리지 않습니다.
후반부에 이르러서는 동생 가을의 사고로 더욱 깊어진 죄책감과 상처에 여름이 겪는 내적 갈등이 본격적으로 드러납니다. 결국 여름은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용준과 거리를 두려 했습니다. 하지만 그의 진정성과 가을의 격려가 맞물리며 서로 마음을 확인하게 됩니다. 마지막에는 여름이 실제로는 청각장애가 아니었다는 반전이 공개됩니다, 서로가 ‘장애인인 줄’ 오해한 사이였다는 사실이 드러납니다. 이러한 설정 속에서 두 사람은 진심과 소통의 본질을 돌아보며 따뜻한 결말을 맞이하게 됩니다.
청설 등장인물
용준 (홍경) : 대학 졸업 후 목표 없이 하루하루 살아가던 청년입니다. 도시락 배달 알바 중 여름과 운명적으로 마주하며 감정을 키워갑니다. 수어를 배워 진심을 전하려는 그의 직진성은 영화 초반부터 관객의 공감을 이끕니다.
여름 (노윤서) : 청각장애인처럼 수어로만 소통하는 여주인공입니다. 동생 가을을 돌보며 책임감 강한 삶을 살아가지만, 용준과의 만남은 그녀의 감정에 균열을 냅니다. 노윤서는 대사 없이 눈빛과 손짓만으로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하며 몰입도를 높입니다.
가을 (김민주) : 수영선수 동생으로 밝고 활발한 성격이다. 언니와 용준의 관계를 응원하며 중재자 역할도 맡습니다. 김민주는 데뷔작임에도 자연스럽고 따뜻한 감정선을 보여줍니다.
청설 느낀점
영화는 수어를 매개로 한 첫사랑의 설렘을 아름답게 그립니다. 말보다 손끝으로 주고받는 소통은 매우 조용합니다. 그만큼 감정의 깊이가 깃들어 있습니다. 침묵과 표정만으로 감정을 전달하는 연출 방식은 관객에게 여백의 감성을 전합니다.
초반부의 푸르른 영상미와 캐릭터들의 순수한 모습은 ‘판타지 같은 첫사랑’을 떠올리게 합니다. 실제 현실은 결코 그렇게 이상적이지 않지만 영화는 그런 이상향을 포근하게 보여줍니다. 그래서 끝까지 따뜻한 여운을 남깁니다.
후반부 여름의 청각장애 ‘거짓’이 밝혀지는 반전은 다소 억지적이라는 지적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야기의 감정적 전환점을 만들며 진심을 깨닫게 하는 장치로 작용합니다. 설렘이나 위로 같은 감정은 대사보다 행동과 표정으로 더 크게 다가올 때가 많다는 것을 느끼게 했습니다.
망원동·연남동의 풍경, 청량한 색감, 차분한 OST는 영화의 감성을 섬세하게 담아내는 주요 요소입니다. 배우들 또한 과하지 않은 연기로 인물들의 감정을 자연스럽게 전달합니다. 청춘 로맨스로서의 매력을 높였습니다.
청설 총평
「청설」은 수어라는 특별한 언어를 매개로 첫사랑의 설렘과 서로 다른 상처를 겪은 두 사람의 진심을 섬세하게 그려낸 로맨스 영화입니다. 부드럽고 잔잔한 전개 속에 감정의 깊이가 스며든다. 드문 한국형 감성 청춘극으로서 매력적인 작품입니다. 완벽히 현실적이지 않을지라도 관객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줄 수 있는 ‘영화적 설렘’을 담고 있습니다.
“말보다 손으로, 말보다 눈빛으로 전하는 사랑의 이야기”를 찾는다면 '청설'은 충분히 감동적인 선택이 될 것입니다.